(4유형이야기) 죽음이란...

작성자 : 김금심
작성일 : 11-07-14 14:38 조회수 : 420

두가지 감정을 동시에 갖는 4유형 답게 내게 죽음은 2가지 상반된 의미가 있다.

두려움과 편안함.

 

엄마는 끝없이 고통 받을 것이고, 주위 사람들은 서서히 나를 잊을 것이다.

세상과 단절되고, 나의 과거로부터 단절되고, 단순한 무로 소멸되는 그 자체가 너무나 두렵다.

 

그러나 고통 속에 있을 땐 가장 편안한 도피 장소가 된다.

모든 시간이 멈추고, 기억이 사라지고, 더 이상의 즐겁거나 슬픈 미래가 없는 그 무의 상태는 힘든 현실에서 약간만 발을 내디디면 한달음에 닿을 것 같은 유혹이다.

 

나는 자살한 사람에 대해 부정적이다. 그 사람을 따라 죽을 수많은 죽음들이 너무나 걱정되고, 그래서 먼저 자살한 그가 원망스럽다.

나는 절대 스스로 삶을 포기하지 않을 거라 다짐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내가 죽음에 얼마나 취약한 지 안다.

 

그녀가 내게 연민 섞인 짜증을 냈던 그날 저녁, 동호회의 다른 사람은 탈퇴를 원했지만 나는 스스로 탈퇴할 수는 없다고 했다.

아무리 그 상황이 힘들어도 스스로 물러난 경험은 결국엔 내 생으로부터 스스로 물러날 예비 경험이란 걸 직감했기 때문이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바닷가에 있었다. 그냥 바다가 보고 싶을 뿐이었지만 내 무의식이 죽음과 비슷한 이미지를 찾아간 것이란 걸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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