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유형이야기)상대적인 너무나 상대적인...

작성자 : 김금심
작성일 : 11-07-04 22:44 조회수 : 458

이게 뭐지..

언제부턴가 작정이라두 했는지

무대뽀로 가면을 벗어던진 순간

순수 그자체의 그악스러움에  스스로도 움찔하고 놀랐답니다..

한꺼풀 일단 벗겨내기가 어려운 거였구나.. 싶네요..

 

남편은 너무 욕심없고 계산없이 착한 사람입니다.

그런 남편때문에 전,  매사 함께 착한척하며 같은 방향으로 노를 저어주던지,

아니면 이론적으론 적극적으로 나쁜 역할을 자처라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저도 나름 체면차리는 거 좋아하고, 실속없이 칭찬받는 거 즐기는 사람인데

남편의 태도는 더이상은 제가 속없이 착한 역할을 맡지 못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때로는 이런 모습도, 때로는 저런 모습도 모두 연출이 가능한 저이지만

모질고 그악스러운 역할만은 체면상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치만 이 사람은 정말 대책없이 해도 해도 너무합니다.

이젠 화가 다 납니다.

지가 뭐라구 이렇게 대책없이 굴지.. 싶습니다.

그래서 급기야는 자기 보존 본능적 차원으로 저의 정신적 노출이 필요했나 봅니다.

 

싫어! 나 안해! 그렇게 못해!

 

19년을 함께 살면서 이제서야 내 목소리를 솔찍하게 내보았습니다.

그동안 그에게 보인 모습은 어느정도의 허세와 공허한 몸짓에 불과했는지도 몰라요...

최소한 좋은 이미지는 나에게 목숨 같았으니까..

이미지 관리는 본능적인 수준의 난데 그까짓 포장은 오히려 손쉬웠죠..

적당히 끓어오르는 가슴만 지긋이 눌러주면 되니까..

근데..

불과 얼마 되진 않았지만, 언제부턴가 제가 조금씩 그악스러워지기 시작했음을 발견했어요..

나도 그에게 맞장구치며 이대로 살다간 배가 난파하겠다, 싶었죠..

스스로도 평소엔 자각하기 힘들었던 본능적인 현실감각이 경보를 울렸나봐요..

매우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가당찮은 그의 홍익인간 정신에 

이젠 비로소 내가 가면을 벗어던질 때라고 판단했나봐요..

부부로 살며 처음으로, 그런 치사한 일에 눈 똑바로 치뜨고

난 못하거든! 하고 속내를 다 드러냈다구요...

 

근데..

사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싫어! 못해! 안해!

이런말 안해보고 살았었거든요..

조금은 유치하고 치사하더래두

그렇게 살아보는 것도 재밌겠어요..

아마도 제가 이제사 '퇴행'이란 걸 본격적으로 하려는가 봅니다...

살짝쿵....

엉덩이에 뿔난 못된 망아지 같은 마음을 십분 즐기고 있는 절 발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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